우리들은 이미 스무살 중반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은 십대 시절의 사진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며칠 전의 그 날도 그러하였다. 하나, 둘 모여 앉은 자리에서 우리들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진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외관적인 변화와 심리적인 변화가 따로 오는 경우가 있다. 벌써 7~8년 전이 되어버린 십대 시절의 사진들을 뒤적거리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외관적인 변화였다.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예뻐진 친구도 있었고 눈, 코, 입의 생김새는 똑같지만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서 과거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운 친구도 있었다. 눈썰미가 뛰어난 다른 친구 하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달라졌다며 깔깔대고 웃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들에게서 변화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도저히 내 눈은 그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의 눈에 비친 그들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다를 것이 없었다. 7년 전, 사진을 찍었던 그날과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는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동일한 사람이었다. 그 끈이 말하고 있었다. 그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 그 말의 힘은 외관적인 변화마저도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친구들에게는 정말로 내가 감지하지 못한 외관적인 변화가 확연할지도 몰랐다. 단지 내 안에 있는 그들의 모습이, 그러니까 그들을 향한 기억과 내가 그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변화하지 않았기에 외면적인 변화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나 자신을 스스로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근래들어 나는 생각치도 못했던 일을 경험하였다. 아주 뜻밖인지라 보잘 것 없는 나의 운명에 실수로 걸려 든 행운이 아닐까 싶은 노파심을 갖게 만드는 일. 그 행운을 당연한 듯 손에 쥐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죗값을 치르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일말이다. (기분이 좋다고 섣불리 말했다가는 큰코를 다칠 것만 같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의 나와 후의 나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변화 없는 나의 외면과 달리 내 안의 심리들은 전과 다를 정도로 심하게 요통치고 있다. 심리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마음은 변화하고 있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투 하나 바뀌지 않고 이리도 격정적인 변화를 할 수가 있다니, 나는 그저 신기할 다름이다.
변화는 외면과 내면에 동시에 오지 않는다. 때때로 그 둘은 함께 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그 둘은 따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 심리적인 풍파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괜시리 마음을 굳게 먹게 된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설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어제와 같은 걸음을 여전히 걷고 있는 것 뿐이다. 그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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