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감각한 하루를 보냈었다. 언제나 나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어제는 유독 하강을 하던 하루였다. 주말동안 연신 영화를 돌려보며 글을 쓰느라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몇 시간동안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천장을 계속 보다보니 천장이 눈 앞에 있는 듯 선명해지다가 아득해졌다. 생각보다, 생각만큼 아파트의 천장은 그리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주문처럼 되뇌이곤 했었던, '곧 천장은 바닥이 된다.' 란 말. 그 말이 왠지 떠올랐었다. 후에, 언젠가 나에게 있어 천장이 바닥이 되는 날이 있을까.
하루를 어물쩡거리며 보내고 나면 문득 사람이 그리워진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진다. 그 맘때쯤이면 이미 홀로 글을 쓰는 일에는 물려 있다. 아무나, 누군가가 불러주기만 한다면 쪼르르 한 걸음에 달음박질 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어제는 다행스러운 하루였었다.
오랜만에 밤 카페를 갔었고 오랜만에 해운대 바닷가도 거닐었었다. 여름 밤 해운대를 거닐다보면 이상한 우월감이 생긴다. 특히나 낯선 말투가 들려오면 더욱. 저들은 피서를 즐기기 위해 돈을 들여 오는 해운대를 우리는 모자 하나에 슬리퍼를 끌고서 대충 나와도 되는 동네이니까.
밤 카페. 이십대란 참 이상한 나이이다. 특히나 이젠 어린 이십대가 아닌 우리들의 대화는 조금 어정쩡했고 또 불안감이 넘쳤다. 아이도 어른도 아니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어떤 과도기에 걸쳐 있는 듯한 느낌.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벌써 그네들의 일을 내 일인 것처럼 실감하곤 한다. 이십대에는 모든 것이 빨리간다고 했던 말을 이제서야 실감하곤 한다.
기가 빠져버린 친구와의 대화. 나는 종종 그 친구와 회의적인 말하기를 즐기곤 했었다. 그건 우리 둘의 성격이 생각보다 잘 맞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들은 조심성이 과하게 심각한 성격이었다. 나는 고민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고 친구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용기가 부족했었다. 지난날 다녀왔던 5일간의 여행을 떠올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때 우린 낯선 곳과 사람들을 향해 연신 경계를 내비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만약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떤 장소도, 어느 누구도 배척하지 않아야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우리의 대화는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조조영화를 보고 왔다. 요즘 무심할 정도로 공부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난 워낙에 허풍스런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공부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그런데 또 난 워낙에 행동력이 없고 만사 귀찮아 하는 사람이기에 말처럼 그게 쉽진 않다. 허허.
영화를 보면서 확실하게 얻은 명쾌한 한 가지가 있다. 확실히 영화는 내 삶에 활력소가 되어 준다. 특히 잘 만들어진 영화는. 그리고 영화를 고민하는 순간에는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꿈틀거림이 느껴져서 좋다. 지지부진하지만 그래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내가 내 심장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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