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6일 화요일

어제는 무감각한 하루를 보냈었다. 언제나 나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어제는 유독 하강을 하던 하루였다. 주말동안 연신 영화를 돌려보며 글을 쓰느라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몇 시간동안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천장을 계속 보다보니 천장이 눈 앞에 있는 듯 선명해지다가 아득해졌다. 생각보다, 생각만큼 아파트의 천장은 그리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주문처럼 되뇌이곤 했었던, '곧 천장은 바닥이 된다.' 란 말. 그 말이 왠지 떠올랐었다. 후에, 언젠가 나에게 있어 천장이 바닥이 되는 날이 있을까.

하루를 어물쩡거리며 보내고 나면 문득 사람이 그리워진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진다. 그 맘때쯤이면 이미 홀로 글을 쓰는 일에는 물려 있다. 아무나, 누군가가 불러주기만 한다면 쪼르르 한 걸음에 달음박질 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어제는 다행스러운 하루였었다.

오랜만에 밤 카페를 갔었고 오랜만에 해운대 바닷가도 거닐었었다. 여름 밤 해운대를 거닐다보면 이상한 우월감이 생긴다. 특히나 낯선 말투가 들려오면 더욱. 저들은 피서를 즐기기 위해 돈을 들여 오는 해운대를 우리는 모자 하나에 슬리퍼를 끌고서 대충 나와도 되는 동네이니까.

밤 카페. 이십대란 참 이상한 나이이다. 특히나 이젠 어린 이십대가 아닌 우리들의 대화는 조금 어정쩡했고 또 불안감이 넘쳤다. 아이도 어른도 아니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어떤 과도기에 걸쳐 있는 듯한 느낌.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벌써 그네들의 일을 내 일인 것처럼 실감하곤 한다. 이십대에는 모든 것이 빨리간다고 했던 말을 이제서야 실감하곤 한다.

기가 빠져버린 친구와의 대화. 나는 종종 그 친구와 회의적인 말하기를 즐기곤 했었다. 그건 우리 둘의 성격이 생각보다 잘 맞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들은 조심성이 과하게 심각한 성격이었다. 나는 고민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고 친구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용기가 부족했었다. 지난날 다녀왔던 5일간의 여행을 떠올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때 우린 낯선 곳과 사람들을 향해 연신 경계를 내비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만약 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떤 장소도, 어느 누구도 배척하지 않아야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우리의 대화는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조조영화를 보고 왔다. 요즘 무심할 정도로 공부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난 워낙에 허풍스런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공부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그런데 또 난 워낙에 행동력이 없고 만사 귀찮아 하는 사람이기에 말처럼 그게 쉽진 않다. 허허.

영화를 보면서 확실하게 얻은 명쾌한 한 가지가 있다. 확실히 영화는 내 삶에 활력소가 되어 준다. 특히 잘 만들어진 영화는. 그리고 영화를 고민하는 순간에는 내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꿈틀거림이 느껴져서 좋다. 지지부진하지만 그래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내가 내 심장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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