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어제 어쩌다가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일방적으로 그 말의 희생양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친오빠는 내게 내가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이유를 모두 한량같은 시간을 어슬렁거렸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이라 말하였다. 그때는 그 말을 그냥 어이없다는 식으로 웃어넘겼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나에게 좌절감을 심어준다. 그 말은 곧, 고등학교 졸업을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모든 것들을 게으름의 결과물이라 말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 말에 이를 악물고 반박할 수 없는 것은 나는 한번도 내가 게으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목표가 있으면 너처럼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 라고 말하던 다부진 그의 목소리가 뇌리에 꽉 박혀 버렸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영화를 왜 보았으며,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은연 중에 그런 의문도 든다. 세상에 필요 없는 말이란 것이 과연 있을까. 가령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의 귀는 분명 흡수하는 목소리의 주파수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파수가 다른 목소리를 굳이 들으려고 애를 써야하고, 그 목소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주파수이기 때문에 채널을 바로 돌려야 하는 걸까. 전자는 전자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후자는 후자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주파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채널을 바로 돌리는 것은 자신을 파멸하는 짓인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주파수가 다른 말들을 억지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니 자신 고유의 주파수가 흔들릴 것 같다.

고민을 위해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나는 과연 내 인생에 있어서 욕심이 없는 사람인가. 아니면 목표 의식이 없는 사람인가. 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러니까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흐르는 물결에 따라 이리 저리 흘러다니고 싶은 사람인가. 만약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만, 그렇지 않고서 그저 나의 의견을 타인에게 비추는 것이 두려워(혹은 나의 의사가 실패될 것이 두려워) 본심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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