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7일 일요일

방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와 인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몇일 전에 그의 작품인 로리타를 보고난 후의 감흥이 채 가시기 전이라서 그런건지 그가 일찍 떠나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만약 그가 동시대의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매번 그의 신작을 보러 영화관을 찾았을 것이며, 시간에 따른 영화 속 변화들을 느끼고 그의 취향껏 요리한 음식을 친절히 즐기려 하는 팬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2011년 3월 22일 화요일

그대 내부를 보라. 자신을 알고, 자신에게 몰두하라. 다른 곳에서 소비하는 그대의 정신과 의지를 자신에게 되돌려라. 그대는 자신을 흘려 보내고 흩어 보낸다. 그대를 집중시키고 자신에게서 버티어라. 사람들은 그대를 배반하고, 그대를 낭비하며, 그대를 그대로부터 훔쳐간다. 그대는 모르는가. 만물이 자신의 눈을 내면에 집중시켜 자신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들의 눈을 그 자체의 관찰을 향해 열고 있음을. 그대에게는 안팎이 언제나 비어 있다. 그러나 비어 있는 공간이 좁으면 그만큼 비어 있음도 적다. 신은 말한다. '인간이여, 너를 제외한 모든 것은 먼저 자신을 연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일과 욕망에 한계를 정한다. 그대는 우주를 포섭하고 있으나, 그대만큼 공허하고 빈곤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p.77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


몽테뉴가 추구하는 고독의 내면은 니체의 고독과 아주 닮아 있다. 아마도 그건 니체가 몽테뉴를 스승으로 존경했던 이유이자 사실 그 자체를 보여주는게 아닐까. '달아나라, 달아나라, 너의 숲으로' 우리들이 고독이라는 처절한 감정과 같은 마음 속의 숲으로 달아나는 일이 힘든 까닭을 니체는 이렇게 설명하였었다. '너'라는 말은 '나'라는 말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에서보다 '너'라는 존재에게 달려가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귀착하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유효하다. 언젠가 나는 나의 존재를 찾기 위해 타인에게 나 자신을 구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감정이 아닌 이렇게 글로 적으니 비참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 때의 나에게 그것은 비참함이 아닌 절박함이었다.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타인에게서 나의 존재를 찾는 상황 자체에 대한 절박함보다는 상대에게 아무리 매달려 보아도 나의 존재를 찾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섞인 절박함이었다. 아마도 연민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또한 혼자의 시간에 대한 겸허함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감히 그 시간들을 잘 지나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나를 직시하고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끔 그 침묵이 진짜의 침묵으로 변질되는 것을 분간하지 못해 답답한 적도 여러번이지만..) 나에게 또 다른 침묵을 선사해 주었던 그의 말과 행동처럼 나 또한 번잡한 도시의 시끄러운 거리에서 달아나 겸허하고도 고요한 숲 속의 나무 아래에서 침묵을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2011년 3월 7일 월요일

오랜만에 정상적인 하루로 돌아왔다. 저번주는 일주일 내도록 밥만 먹고서 일만 했으며, 학교 가는 날에는 정신 없이 갔다 교수님 얼굴만 확인하고서 정신 없이 집으로 와, 다시 일만 했었다.

1.
우리 학과는 특성상 전과생과 타과생들이 조금 많은 편이다. 그리고 기본 정원도 많은 편. 덕분에 누가 전과생인지, 누가 타과생인지 얼굴로는 분간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 전과를 했을 때 좋은 점들이 많았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런 우리 과의 특색 아닌 특색에 실망을 느꼈었다. 모두가 친하게 지내지만 어쩐지 조금씩은 동 떨어져 있는 분위기다. 같은 수업을 들으며 조금씩 가까워진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친밀하게 대화도 하지만, 서로에게 아주 다가가지 않으려는 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물론 나 또한 홀로 캠퍼스를 거닐며 내 일정대로 움직이는 걸 더 선호하지만, 막상 타인이 나에게 행하는 철저한 선 긋기를 느끼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게 묘해진다. 나도 그렇게 그들을 대해왔기에 그들이 나에게 그런 반응을 보여도 아무렇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나의 판단은 무척이지 어리석었음을 적나라하게 말한다.

마음이 외면당한 기분이다. 같이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등을 돌리고 있는 상대에겐 어떤 말을 건네야할까.


2.
생각보다 24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1분이 그리 짧은 것도 아니다. 시간은 정말 이상하다.

생각이 줄어버린 건지, 아님 무의식적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을 아깝다고 여겨왔던 건지, 요즘은 글 쓰는 일이 줄어버렸다. 문득, 학교에서 들었던 생각. 그래서 오늘은 어떤 말이든, 어떤 일상이든 글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3.
요즘, 해야할 일들이 생겨서 그런지 하루가 절로 짧아졌다. 정확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자 어제는 계획표와 목표계획서도 작성하였다. 정말로 올해는 흐트러짐 없는 한 해를 보내야지. 하고 싶은 것들은 무조건 다 하는 한 해를 보내야지. 언제나 우리들의 삶에서 후회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후회를 줄이도록 노력해야지. 가장 나 다운 사람이 되어 살아가야지.

4.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언제나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그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건 종종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라는 단 한 줄을 보자마자 나는 제목도 보지 않고서 그 책을 빌려왔다. 강의실에 도착해서 보니 그건 정성일 영화 감독 겸 영화 평론가님의 책이었고 영광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첫 영화인 카페 느와르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었던, 파란 하늘의 붉은 풍선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척이나.

5.
깊게 파고드는 근성을 길러야겠다.

2011년 3월 6일 일요일

경쟁에 대한 의미를 재고해본다면 경기장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오늘 처음 방영되었다. 우리나라의 자타공인 최고의 가수 7명이 나와 노래로써 최후의 일인자를 가리는, 일종의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의 기억에는 박진영이 자신의 제자를 찾기 위한 공개 오디션이 첫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근래에 새로운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포맷이 외국에서 수입되어 국내에서도 큰 유행을 하였었다. 가장 흥한 예로는 수퍼스타 K인데, 이는 벌써 시즌 3까지 준비하고 있을 정도이다. 예전보다 더욱 과감하고 솔직하고 냉철해졌으며 기승전결의 단계 중에서도 '전'의 단계 분위기를 상승시킴으로써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아마추어들이 아닌 내로라 하는 프로 가수들이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7명의 무대는 하나같이 말을 잃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었으며 압도적이었다. 누가 누구보다 더 잘한다, 라는 단편적인 말로 누군가를 무대에서 떨어뜨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무대였었다. 하지만 그런 우열을 가리기 곤란한 상황에서도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경쟁' 이기 때문에 1등과 7등은 나누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점수를 매긴 평가단은 나이와 성별이 다양한 일반인들이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가장 잘 휘어잡는, 흔드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에게 등수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판단이면서도, 시대의 풍조를 과하게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였다. 최고의 가수들의 서바이벌이기에 일반 서바이벌 프로와는 달리 시청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명칭을

2011년 3월 2일 수요일

1.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 심지어 한 입 가득 깨물어 행복하게 먹어놓고는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변덕스러운 입맛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변화의 요인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큰데, 지금이 딱 그러하다. 친구가 작업하고 있던 파일들이 모조리 날아가버려서 더 이상의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소식, 스트레스 가득한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그것만이면 다행이지, 닫아 놓은 방문 사이로 들리는 엄마의 통화 목소리도 심상치가 않아, 괜히 더 울쩍해진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기분. 검은 스트레스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일보 직전의 컴컴한 새벽에 나가 떨어진 기분이다. 허허.

2.
위로의 음악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검색해보고 찾아 들었지만 요즘은 아무 블로그나 들어가서 흘러나오는 (블로그 주인이 심사 숙고하여 골랐거나, 주인장의 기분에 적절한) 배경음악을 그저 듣고 있다. 생각보다 좋은 음악들을(귓 가에서 증발해버린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우연스러운 음악들)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3.
오늘 첫 수업이었던, 영문학 시간에 문득 느낀 건데.. 나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되묻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 같다. 형편 없는 나의 언변을 차치하고서, 나와 상대방이 마주 앉아 교감을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어수선한 공기가 우리의 관계를 꽉 메울때, 그 때의 그 공기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원래는 친구가 받은 일이었는데 방대한 분량에 힘이 들었는지 내 몫을 조금 나눠주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처음에는 새롭고 신기하고 신선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흥미와 열기가 사라져 버리고 나면 설레던 경험은 짐이 되어버린다. 이 일 역시. 어제는 어제라서 조금 쉴 수 있었지만, 시간이 deadline인 수요일 아침으로 가까워져 갈수록 초조함이 더해만 간다. 심지어 한편으론 멍해지기까지 한다. 정신줄 놓으면 안되는데..

무튼 틀린 해석이 있을까 걱정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지라 모호하게 남겨 둔 표현들이 꽤 되는데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런 표현들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내용 수정하기에만 올인해야 한다. 오로지 수정만 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ㅠㅠㅠ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

그나저나 내일 개강인데 오전에는 수업에 없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다.
얼른 다 하고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