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일 수요일

1.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 심지어 한 입 가득 깨물어 행복하게 먹어놓고는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변덕스러운 입맛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변화의 요인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큰데, 지금이 딱 그러하다. 친구가 작업하고 있던 파일들이 모조리 날아가버려서 더 이상의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소식, 스트레스 가득한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그것만이면 다행이지, 닫아 놓은 방문 사이로 들리는 엄마의 통화 목소리도 심상치가 않아, 괜히 더 울쩍해진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기분. 검은 스트레스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일보 직전의 컴컴한 새벽에 나가 떨어진 기분이다. 허허.

2.
위로의 음악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검색해보고 찾아 들었지만 요즘은 아무 블로그나 들어가서 흘러나오는 (블로그 주인이 심사 숙고하여 골랐거나, 주인장의 기분에 적절한) 배경음악을 그저 듣고 있다. 생각보다 좋은 음악들을(귓 가에서 증발해버린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한, 우연스러운 음악들)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3.
오늘 첫 수업이었던, 영문학 시간에 문득 느낀 건데.. 나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되묻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 같다. 형편 없는 나의 언변을 차치하고서, 나와 상대방이 마주 앉아 교감을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어수선한 공기가 우리의 관계를 꽉 메울때, 그 때의 그 공기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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