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1일 수요일
나의 시간은 덧씌워진다. 오히려 나는 기억의 힘으로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광장의 가장 큰 시계는 지구의 시간을 흘리고 있지만, 나는 그 시계 위로 나의 우주의 시계를 덧붙인다. 그건 나만의 철칙이자 철저한 작업이다. 그리고 나는 시계를 들여다 본다. 손목이 아닌 가슴으로. 나의 시간은 정확히 꼬집을 수도 없는 과거에서 천천히 천천히 거북이만큼 느림보의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다. 나는 그 느림의 걸음을 바라보고 있고. 되새김질을 한다. 내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보다 한 템포 느리고 멍청할 정도로 우둔한 건 다 이 시계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그 멍청함이 좋고 신선하다고 본다. 나의 시계에는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아니하며 그저 물 흐르듯 흐르는 시간의 강물만이 흐른다. 물가로 다가가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 물을 작은 두 손에 담아 올려 맛을 보기도 하며 어쩌다 잡은 물고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지나갔던 일들도 사람들도 예상치 못했던 반가운 행색으로 나를 반긴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 느낌에 매료될때쯤, 아쉽게도 나는 현재 내가 서 있는 광장의 시계가 정각을 알리는 웅장한 비명소리를 들으며 깨어난다. 하는 수 없이 돌아간다. 손목을 바라보며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때론 이 두 세계가 분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아직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어느 세계에 걸터 앉아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저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숨쉬는 대로 쓰고 있을 뿐. 그냥 쓰고 싶었다. 그냥. 별 뜻없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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