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말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한 동안 말들을 아껴뒀더니, 머리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공부를 안해서 손이 굳는다는 그런 굳음 말고, 너무 많은 말들이 머리의 빈 자리 구석 구석에 자리 앉아 버리니, 꽉 막혀버려 빈틈이 없기에 말을 쏟아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셈이다.
곧 개강인데, 그래도 나름 영문과라고 좋아하는 영미 쪽 작가라도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싶어서 몇일 전에 어디선가 추천 받았던 수전 손탁에 대한 책들을 끌어 모았다. 지금은 '사진에 관하여' 를 보고 있는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든다. 가끔 영화관을 나오거나, 다 읽은 책을 들고서도 뭔가 이상한 뒷통수의 기분에 머리를 갸우뚱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에게는 그런 경우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주장을 보는 사람과 나누기 보다는 먹여 주는 쪽이어서 남은 약간의 불쾌함이었다. (주장 관철 시키기를 내가 싫어하는 까닭은, 자기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주장이란게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해야 하는데 가끔은 눈에 씌인 백태를 느낄 수는 있으나 대충은 앞이 보이니까 그냥 살아가는 식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주장하기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전 손탁은 아주 유연하게 여러 갈래의 길들을 설명해 준다.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그 이면에 깊고 뚜렷한 통찰력이 있다. 이걸 다 읽고 나면 '해석에 반대한다' 도 읽을 참인데, 벌써부터 난 그녀의 팬이 되어버린 듯 싶다.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에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3박 5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는데, 때론 여행이 설레임을 가져다 주지 않는 다는 야릇한 기분을 알고 와버렸다. 그래서 더 일상에 대한 적응은 빨랐는지도 모른다. 아니, 한편으로는 여행길에서 일상이 그립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시간의 잠잠함, 귀찮은 졸음의 질주, 뭐 그런 것들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갈망보다도 그 여행길에서 의미 있었던 것은, 역시나 혼자 하는 일들은 편리하다는 점이었다. 역으로 말하자면, 함께 하는 일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무엇이든 혼자 하고 해결하려는 이 끈질긴 근성은 귀찮음에 대한 동경이오, 어려움에 대한 회피였다.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데도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말을 하지 않는데도 서로의 기분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던 시간들. (헤어린다는 것은 겸손한 추측이지만, 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라디오 헤드, 뮤즈(plug in baby 뮤직비디오가 인상깊었다), 트래비스, 마룬5, 카펜터스
노순택, 케빈 카터, 유진 스미스
김경주, 수전손택
타르코프스키(노스탤지아)
요즘 관심사
내가 조금 더 집요한 성격이라면 좋았을 텐데..
집착이 없어서 그런지, 대단한 저들에게 빛이 날 만큼 집요한 관심을 쏟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들의 노래와 사진과 텍스트와 영화에 미친듯이 열렬히 요동친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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