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척 결혼식 때문에 창원까지 달리느라 차 안에서 몇 시간 동안을 잠자코 있었다. 그러고 있으면서 들었던, 처음으로 들은 그의 노래 '도토리'. 몇 일 전 추운 죽음을 맞이 했었던 그는 홍대에서 꽤나 유명했던 1인 인디 밴드로써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인디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도 그의 존재를 그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그의 사연들이 고이 담긴 그의 가사를 음미하며 작은 죄책감에 휩싸였었다. 집으로 돌아와 과제를 하기 위해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와 88만원 세대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그(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또한 이 시대가 원하는 이 시대의 목소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시대의 20대는 말을 잃었으며 말을 할 줄 모르는, 소비적 감성에만 치중하는 무기력함의 상징이라 생각했었고, 그런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을 스스로 루저라고 말하곤 했었다. 루저, 나는 그 단어를 단순히 나의 무기력함과 소극적인 모습을 방어하기 위한 단어로써 사용하곤 하였었는데 그가 노래하는 노래 속의 루저의식을 만나고 나니 가슴 언저리로 찬 물 한바가지가 쏟아진듯한 싸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 사회 속의 루저야 라고 말을 하면서도 루저가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려 했고, 더욱 더 말을 하려 하였으며, 누군가에게로, 모두가 들어주진 않지만 자신과 누군가를 위한 가사를 노래하며 누군가에게 시선을 맞추려 노력하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의 노래에는.
세상과 그 속의 우리들을 위해 시선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그의 정성 뿐만 아니라 자신을 과감히 루저라 말을 하며 낮추는 그 태도 속에 감추어진 그의 고귀함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세상을 욕하고 싶어진다. 그가 그를 무능한 루저라 칭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세상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에게 무능한 루저라는 명찰을 만들어 그의 가슴께로 달아 준 세상을 욕하고 싶어진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문화를 하는 사람들 모두를 난처한 궁지로 몰아 넣는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는 정말 제대로 된 문화라면 그 속에 시대의 정신이 들어있고,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하고 즐겨 듣는 문화들에는 그런 요소들이 부족한거 같다. 그들이 신나하고 즐겨듣고 보는 것들은 잠시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트렌디적인 것들에 불과할 뿐, 세상을 향한 다부진 말들은 흔적조차 없다. 그것은 소비자들의 선택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나는 소비자들이 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이전의 시장상태에 대한 질책을 하고 싶다. 시장의 상인들은 여러가지의 문화들 중 돈이 되는 것들만 우선적으로 골라 시장에 내어놓는다. 고로 소비자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것들은 시장판 위로, 선택을 받지 못한 '무능한 문화'라 지칭되는 것들은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기회도 없이 가라앉고 만다. 나는 그 불운한 과정 속에서 타락되어가는 문화의 가치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세상이 그 힘을 다시 되찾았으면 좋겠다. (은연 중의 이 말 속에서 나는 다시 세상 속의 제 3자가 되는 듯하다. 내 손으로는 그 힘을 전혀 되찾을 생각을 않고 있는 나는..)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었나 다시 자문하게 된다. 사회 속의 나의 가치는 어느 정도였던가. 나는 무엇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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