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그녀의 말과 그녀의 마음을 인용하여 말한다. 바닷가 근처에서 연을 날리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그래도 아저씨는 용기가 꽤 많은 사람이예요, 연을 날리고 있잖아요. 연은 멀리 멀리 솟아, 하늘 저 끝까지 달아나 있었다. 연을 이리 저리 감는 아저씨의 손은 느긋했고, 덩달아 연의 움직임도 느긋하고 느긋했다. 따뜻한 겨울의 바람 한 가운데에 서 있었던 바다. 그리고 아저씨의 연. 그 둘의 조화를 보며 나는 얼마나 뜨겁게 울었었는지 모른다.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이, 그리고 심하게 웃고 있는 아이를 보았었다. 사실 아이라고 하기엔 큰 어른이었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그의 행동엔 세상에 때묻지 않은 천부적인 어떤 성질이 있었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의 커다랗고 두꺼운 어깨를 아이의 어깨라 생각하고 있었다. 무튼, 그 사람은 지하철을 처음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웃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멈출 수 없는 웃음이었던 것 같다. 그를 제외한 지하철 안의 모든 사람들은 웃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의 멈춘 웃음이 모두 그에게서 옮아간 양, 우리는 그가 방방 거리고 지하철 안을 웃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마치 그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저렇게 미친 듯이 웃다가 언젠간 빵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고, 빵 터질지도 모른다고 떠올렸던 무의식의 생각이 나의 본심이고 현재의 내 모습이라는 예감이 들어 울쩍해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오늘 바다를 보는 일은 간절했고 중요했다. 덕분에 떠난 그 곳에서 노란 유아복을 입고서 소풍을 나온 아이들을 만났고, 하늘을 둥둥 날아다니는 연을 보며 나는 덜 괴로울 수 있었고, 또 까만 파도 소리를 들으며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노곤한 잠이 쏟아진다. 잠과 시간은 함께 온다. 잠은 순수하지만 시간은 불순해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을 함께 몰고 온다. 불행하게도 불길하거나 찜찜한 기분 또한 시간과 함께 잠을 찾아 온다. 찜찜한 잠을 청했었던 어제의 밤과 그 언젠가의 밤들이 머릿 속을 둥실 한다. 나는 속이 헛헛해져옴을 느꼈고 또 비어있는 잠 속에서 두꺼운 하루라는 껍질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정말 노곤한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두 손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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