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시험을 치고 돌아왔다. 기분은 나름 가뿐하다. 신나는 노래를 찾아 듣고 있다. 그리고 다음주에 있을 영미문화 시험에 대한 생각들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던 영화들의 주인공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인데, 그 주인공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를 중심으로 쓰면된다. 뭐,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두번째 문제인데..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캐릭터를 만들 것이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냐에 관한 것인데, 너무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기만 하고 제대로된 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머릿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미지 하나가 있다.
늙은 주름이 느슨하게 번져있는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탐욕스러운 빛의 보석반지. 둘 중의 하나는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것이 반지를 끼고 있는 늙은 손인지, 늙은 손에 끼워져 있는 빛나던 보석 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둘 중의 하나는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늙어가는 여자와 추해진다는 진실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손을 통해서 나의 엄마를 떠올리고 있었다. 엄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시야란 그랬던 것이다. 늙어도 여자는 여자여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고, 팔자 편한 여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친구들의 모임을 앞두고는 과한 악세사리와 치장으로 자신을 감싸고서야 마음이 편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비단 그건 우리 엄마만의 여자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자이기에 더 신경 써야하는 것들이 많고, 여자이기에 아름다워야 하며, 아름답게 늙어야 한다는 그 어떤 강박과도 같은 말들 속에서 진짜 여자는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 싫었다. 가장 자신스럽게 멋지게 늙어야지, 허울만 호사스럽게 늙는 것이 과연 인생에 대해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내일은 오늘보다 더 화려한 반지를 끼고 알이 더 굵은 진주목걸이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그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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