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4일 금요일

그들이 사는 세상

전전긍긍한 끝에 모두 볼 수 있었다. 매일 한 두편씩 꼬박 꼬박, 하루의 일기를 쓰듯이, 하루를 시작하듯이 일주일동안 꾸준히 봤었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이 어렵다는 말은 결코 해석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녀의 드라마를 꼼짝않고 보기에 마음이 너무 불편해져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깊은 눈으로 바라보면 가슴이 아프고, 얕은 눈으로 바라보면 그녀가 만들어 놓은 호흡을 그대로 흡입하기가 힘든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른들이 하기 힘든 고백들의 나열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드라마 속의 누군가는 드러내기 힘들었던 가족의 상처를 까발려야 했으며, 누군가는 자존심때문에 자신의 말을 지키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었으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평생을 기다렸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포기해야할 줄도 알아야함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처럼 살아라, 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는 너무 아프다. 그 아픔이 현실과 직결된 아픔이기에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는 말한다. 쉽게 상처받은만큼 쉽게 일어서라고. 어쩌면 드라마처럼 산다는 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이 드라마이고, 드라마가 곧 우리의 인생이라는 말, 그건 빛이 나고 화려한 삶이기에 드라마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 아닌 깨어지고 아프고 슬픈 일들이 있다하더라도 그 속에 숨어있는 희망과 삶의 연장이 가장 아름답고 멋지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드라마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아픔을 고백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드라마에서 내 인생이 가질 수 없는 대단한 무언가를 대리만족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서는 특히나 쉽지 않다. 정말 우리에게 인생이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그저 행복하고 즐겁게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한번도 진심으로 말한 적이 없는 나의 상처들과 아픔들을 마음 속 저 먼 곳에 숨겨두고는, 그 동안의 나는 무책임하게 많이도 떠돌아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의 인생에게 진실로 물어보아야겠다. 정말 너에게 아픈 것은 무엇이냐고. 또 행복은 무엇이냐고.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꽁꽁 숨겨 놓아, 있는 줄도 몰랐던 상처들과 기억들이 너의 행복의 실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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