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문득 이 말을 해야겠다 싶은 기분에 (어쩌면 홧김에) 엄마에게 담아두고 있었던 모든 말들을 쏟아부었다. 중학생 때, 형편에도 맞지 않는 플룻을 전공하고 싶다며 엄마에게 득달같이 달려들며 싸운 이후로 처음이었다. 엄마가 하고 있는 말의 옆구리들을 마구 잘라가며 순화하지 않고서 했던 나의 말이 엄마에게 그리 큰 상처가 되리라는 생각을 그 땐 미처 하지 못했었다.

아직 잘 모르겠다. 말을 숨겨야 할 때와 애써 말을 끄집어 내야 할 때를. 나는 지금껏 너무나도 많은 말들과 감정들을 숨겨왔고, 그랬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많은 인연들과 끝을 맺어야만 했고, 자존심에 말하지 못했지만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인연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자학으로 변질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꼭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는데, 결국 그 끝이 변질되기는 다를 것이 없어졌다. 아니, 엄마의 상처까지 들쑤셔가며 장난질을 한 셈이 되어버렸기에 어쩌면 혼자 참고 넘기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알게 된 점은, 뭔가에 홀린 듯 득달같이 말을 쏟아내고 돌아보니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아주 불충분했으며, 아마 이 말을 하지 않고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이 싸움의 원인이 엄마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억울했다. 오늘, 하필이면 오늘 엄마에게 말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어쩌면 나 혼자 억울하기 싫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혼자 속상하기 싫어서 엄마를 끌어당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나는 무진장 이기적인 아이였다.

둘 이상의 관계에서 가장 힘든 것이 화해라고 생각했다. 화해가 이루어지기 직전의 사건이 싸움이니까. 누군가와 싸운다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나의 무능과 관계의 진정성을 의심해보는 일이기도 하기에.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숱한 관계를 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해지고, 그렇게 점점 관계를 또렷이 바라볼 수록 대화와 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단절이고 무관심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껴간다.

댓글 2개:

  1. 해가 가기전에 회복이 되셨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Follower중 한 사람인데, 건강하고 복된 새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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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걱정하신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어요. 따뜻한 마음과 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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