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8일 수요일

한나절 실컷 잠에 빠진다. 늘어지게 아주 얼큰하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묵직한 하반신이 마치 나무토막처럼 느껴진다. 뜬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이 세상이 아닌것만 같다.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때까지의 나는 이 세상 사람도 꿈의 세상의 사람도 아니다. 그 사이에 끼어 나 홀로 굳어간다. 그렇게 긴 긴 잠과 경계의 사이에서 벗어나면, 나는 행복할 정도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잠들기 전의 나를 괴롭혔던 모든 기억들, 감정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전혀 없었던 일들이 되어버린다. 나의 마음 속에서 밀어내려했던 사람에 대한 미움도 증오도 애정도 별 일이 아니었던 것만 같다. 그를 다시 미워하기까지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나는 벌써 그 힘들을 꿈의 나라에 다 소모해버렸다. 이 모든 것들이 긍정적 인식의 과정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수차례 반복되어진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점점 나의 존재와 감정을 소멸해가고 있는 중이다. 내 기억 속에서의 사람들을 이렇게 하나 둘 씩 지워가는 건지도 모른다. 미워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도, 행복할 정도로 즐겁게 웃었던 기억도,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미소도 나는 모조리 잠의 세계를 통해 지워나가는 지도 모른다.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나의 의식 속의 모든 기억들이 너무나 불투명하다. 처음으로 그것에 초조해져온다. 나의 사랑했던 사람도, 미움도, 괴로움도 대부분이 나에게서 너무나 멀어져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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