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나이가 들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익숙해지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스물의 중반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도 나는 여전히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이 두렵다. 그 사람과 함께 있었던 그 자리, 그 시간, 그때의 대화 그리고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다 할지라도 그와의 시간 속에는 내가 감지할 수 없는 그만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직 그만이 구사할 수 있으며 그 세계에서만 형용되는 언어와 생각의 틈바구니 속으로 나는 감히 들어갈 수 없다. 당신이 삼키고 있는 말이 무엇인지, 당신이 감추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모조리 알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모른다는 공포심이 얼마나 나를 연약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은 자신에게, 서로에게 더 솔직해져야 하나보다. 상대의 솔직한 모습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낄 수 있고, 나의 솔직함으로 상대를 안도하도록 만들 수 있는데 사실 솔직해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기 때문에 솔직함에 대해선 어떤 의지도 쉽게 들지 않는다. 나의 탈을 벗고 나 자신을 대하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 무섭도록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무섭다.

2013년. 나는 내년에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게 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 것이며, 어떤 일들을 경험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고 또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주게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과연 누가 내 안의 당신이 될까.

만나고 싶어요.
나의 두려움을 나눠가질 누군가를 기다리며.
(2012년 마지막 일요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2년 12월 7일 금요일

1. 꿈의 잔상
어제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올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의도하지 않은 기억이기에 꿈 속에서 떠돌던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버린 것 같았다. 한 팀으로 일을 했던 한 친구가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자책이 많았던 사람인가...?' 그때 우리는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뜨끔하였다. 내가 워낙에 자책이 많은 사람이라서 어쩌면 나의 자책이 저 아이를 감염시켰을지도 모른다, 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내가 우리 팀의 조장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아이를 너무나 책망한 나머지 그 아이는 성격에도 없던 자신을 자책하는 짓을 감행했을지도 모른다. 공포스러웠다. 나의 콤플렉스가 타인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타인의 몸 속으로 점점 번져가는 것을 보는 일이란 무척이나 공포스럽다.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나의 꿈이 무엇인지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자책을 하고 말았다. 제기랄. 이틀 연달아 나는 외로운 아침을 맞고야 말았다.


2. 창문 프로젝트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명 창문 프로젝트. 프로젝트 명이 창문이 된 까닭은 단순하다. 이번에 만들기로 한 책의 표지에 창문 그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작업이니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자는 의미에서 특별히 창문 그림을 넣었다.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3. 방학
겨울 방학때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 중이다.

2012년 11월 30일 금요일

어제부터 직사각형 초콜릿을 한 조각씩 뚝뚝 떼어 먹고 있다. 입 안에서 녹여 먹기도 하고, 깨물어 먹기도 한다. 한껏 달짝지근해진 침은 매혹적이다. 따뜻하다.

내일이면 이천십이년도 이제 한 달만 남게 된다. 십이월.
나는 한 살을 더 먹을 테고, 나이에 대한 책임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어제 초콜릿을 먹다가 문득 우리는 왜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보았던 것, 그때 맡았던 냄새, 들렸던 소리, 간밤에 꾼 꿈의 이미지, 그리고 내가 보았던 사람들, 들었던 목소리, 느꼈던 느낌을 통틀어 모든 경험들을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경험과 기억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라면 모두 기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문득 나는 아직 아이같은 면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욕심이 많아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싶어하는 철부지같은 면이 남아있는 것 같아 조금은 기뻤다. 경험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 나를 스쳐지나갔던,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버릴 법한 사람들의 얼굴, 다시는 보지 않을 아줌마들의 시끄러운 대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매 순간 순간의 인상을 나는 모조리 기억하고 싶다. 모조리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2년 4월 6일 금요일

봄바람이 아직 차다. 하지만 햇볕은 너무나 따사롭다. 햇살 아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황홀해진다. 그래서 차가운 바람을 무릅쓰고 하염없이 길을 거닐곤 한다. 저번에는 학교 캠퍼스를 오늘은 센텀역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오는 길에 친구를 만나 낮술도 한 잔 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저녁 바람이 그다지 차갑지 않아 계속 계속 걸었다. 오는 길에 한 손으로 감싸 쥐기 힘들만큼 커다란 오렌지 다섯 알도 샀다. 그리고 씨 없는 청포도도 샀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 같다. 이상하게 꼬여가던 기분에 그나마의 위로가 되었다. 내일 아침에 맛있게 먹어야지.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어제 어쩌다가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일방적으로 그 말의 희생양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친오빠는 내게 내가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이유를 모두 한량같은 시간을 어슬렁거렸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이라 말하였다. 그때는 그 말을 그냥 어이없다는 식으로 웃어넘겼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나에게 좌절감을 심어준다. 그 말은 곧, 고등학교 졸업을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모든 것들을 게으름의 결과물이라 말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 말에 이를 악물고 반박할 수 없는 것은 나는 한번도 내가 게으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목표가 있으면 너처럼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 라고 말하던 다부진 그의 목소리가 뇌리에 꽉 박혀 버렸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영화를 왜 보았으며,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은연 중에 그런 의문도 든다. 세상에 필요 없는 말이란 것이 과연 있을까. 가령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의 귀는 분명 흡수하는 목소리의 주파수도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파수가 다른 목소리를 굳이 들으려고 애를 써야하고, 그 목소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주파수이기 때문에 채널을 바로 돌려야 하는 걸까. 전자는 전자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후자는 후자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주파수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채널을 바로 돌리는 것은 자신을 파멸하는 짓인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주파수가 다른 말들을 억지로 이해하고 수용하려니 자신 고유의 주파수가 흔들릴 것 같다.

고민을 위해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나는 과연 내 인생에 있어서 욕심이 없는 사람인가. 아니면 목표 의식이 없는 사람인가. 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러니까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흐르는 물결에 따라 이리 저리 흘러다니고 싶은 사람인가. 만약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만, 그렇지 않고서 그저 나의 의견을 타인에게 비추는 것이 두려워(혹은 나의 의사가 실패될 것이 두려워) 본심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나는 이십대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해야만 한다'라는 말의 귀결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고집스런 그 당위성이 아직 모든 것이 서툰 이십대라는 시절을 멋지게 다듬어주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2012년 2월 4일 토요일

하루 종일 아무 말도 못 할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안한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아주 많은 말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입이 막혀버린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쩐지 오늘 나는 아주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블로그에 접속하였다. 왜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곰곰히 하루를 되짚어 봤으나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오늘 하루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대화들을 주고 받았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왜?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말하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참지도 않았다. 이상한 노릇이다. 목구멍까지 말이 차오르고 또 차오르는데 어떻게 해소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이것도 일종의 갈증인가?
정말이지 황홀한 아침이었다. 나는 어렴풋하게 눈을 떴고 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의 따스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 아침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언제나 내 아침을 사로잡던 불만들이 모조리 사라져버린 날의 아침. 그날의 아침을 설명하자면, 방 안의 공기는 적당히 따뜻하였고 매일 아침 떠들어 대던 라디오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부드러움과 고요가 공존하고 있었다. 매일 덮고 자던 이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이불은 유난히 보드랍게 넘실대며 나의 살결과 맞닿았고, 시끄러운 알람 소리의 도움도 없이도 나의 의식은 아주 또렷하였다. 모든 것이 명쾌하고 또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날로부터 멀어진 지금, 나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든다. 다시는 그런 아침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란 욕구불만때문이 아니라 꼭 그런 아침이 아니더라도 내가 내 안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라는 고민때문에. 그날의 아침이 내게 준 행복이 너무도 황홀해서 어쩌면 이제 더 이상 나는 다른 행복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두려워진다. 내게 머물고 있던 하나의 행복이 떠나간 것 같아서. 그날의 아침이 내게 준 황홀함때문에 나는 내 안에 숨 쉬고 있던 가난한 행복을 하나 떠나 보냈을 지도 모른다. 외로워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행복들 가운데 진정 나의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이제 얼마나 남아있을까.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우리들은 이미 스무살 중반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은 십대 시절의 사진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며칠 전의 그 날도 그러하였다. 하나, 둘 모여 앉은 자리에서 우리들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진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외관적인 변화와 심리적인 변화가 따로 오는 경우가 있다. 벌써 7~8년 전이 되어버린 십대 시절의 사진들을 뒤적거리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외관적인 변화였다.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예뻐진 친구도 있었고 눈, 코, 입의 생김새는 똑같지만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서 과거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운 친구도 있었다. 눈썰미가 뛰어난 다른 친구 하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달라졌다며 깔깔대고 웃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들에게서 변화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도저히 내 눈은 그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의 눈에 비친 그들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다를 것이 없었다. 7년 전, 사진을 찍었던 그날과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는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동일한 사람이었다. 그 끈이 말하고 있었다. 그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 그 말의 힘은 외관적인 변화마저도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친구들에게는 정말로 내가 감지하지 못한 외관적인 변화가 확연할지도 몰랐다. 단지 내 안에 있는 그들의 모습이, 그러니까 그들을 향한 기억과 내가 그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변화하지 않았기에 외면적인 변화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나 자신을 스스로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근래들어 나는 생각치도 못했던 일을 경험하였다. 아주 뜻밖인지라 보잘 것 없는 나의 운명에 실수로 걸려 든 행운이 아닐까 싶은 노파심을 갖게 만드는 일. 그 행운을 당연한 듯 손에 쥐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죗값을 치르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일말이다. (기분이 좋다고 섣불리 말했다가는 큰코를 다칠 것만 같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의 나와 후의 나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변화 없는 나의 외면과 달리 내 안의 심리들은 전과 다를 정도로 심하게 요통치고 있다. 심리적인 변화를 겪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마음은 변화하고 있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투 하나 바뀌지 않고 이리도 격정적인 변화를 할 수가 있다니, 나는 그저 신기할 다름이다.

 변화는 외면과 내면에 동시에 오지 않는다. 때때로 그 둘은 함께 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그 둘은 따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 심리적인 풍파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괜시리 마음을 굳게 먹게 된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설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어제와 같은 걸음을 여전히 걷고 있는 것 뿐이다. 그저 그것 뿐이다.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어젯밤은 정말 금쪽같은 밤이었다. 하지만 나는 벌거벗을 수 없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다. "나는 나의 취향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예요."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할 수 없었다. 나의 취향을 들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어려운 것은 나의 취향을 드러내기까지의 숨 고르기, 그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나 버겁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새로운 해가 밝았고 새로운 시간이, 새로운 기회들이 나를 찾아왔다. 새로운 숨결의 청량감이 내 목을 감싼다.

벌써 삼일이 지나버렸다. 그 시간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린 탓에 오늘이 2012년의 어느 날인지 잘 체감이 되질 않는다.

2012년에는
1.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겠다.
2. 새 영화가 보고 싶다.
3. 그리고 새로운 글이 쓰고 싶다.
4. 또, 낯선 책을 읽으며 미지의 세계를 부유하고 싶다.
5. 박식해지고 싶다.


아직은 말 뿐인, 허영에 가득 찬 소망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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