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영문으로 학과를 옮기고 난 후부터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숙제가 나와, 자연스레 작문을 하게 된다. 원어민 작문 수업의 두번째 숙제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 사진에 대한 묘사 설명을 했었다.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지라, 어찌나 신나고 뿌듯한 마음으로 글을 썼던지. 할머니의 곁에 함께 누워있는 저 옷의 온기가 따사롭다. 따뜻함과 동시에 약간의 비릿함을 안고 있는 것 같다. 누워있는 여인의 나체와 그 나체 곳곳을 사로 잡고 있는 주름들과 바싹 마른 듯한 건조함. 빛을 바랜 듯한 하늘빛의 드레스는 한 때 그녀가 그것을 입은 채 거닐었을 거리들과 그런 그녀를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을 기억 속의 그들에 대한 아련함을 가지고 있다. 아기의 사진과 푸른빛 그녀의 드레스가 안겨주는 평온함, 하지만 죽은 듯 눈을 감은 그녀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고통스러워 보인다. 그녀의 고통이 죽음 때문일까? 죽음을 앞 둔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건 죽음보다도 언제 다가올 지 모를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이 아닐까. 질끈 감은 두 눈 위를 지금도 스쳐지나가고 있을 삶의 고통들과 덧없음. 그녀는 차라리 지금 감은 이 눈으로 죽은 듯 영원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런 존재도 의식도 없이 연기처럼 안개처럼 누군가의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금새 사라지는 무언이 되길 원하는 지도 모른다. 언제나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고통은 그랬던 것 같다. 질끈 눈을 감고서 지금의 내가 사라지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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