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멍청했다. 수강신청을 2주 앞둔 지금에서야 복수전공 공지를 발견한 나... 복수전공 하고싶다고 작년 2학기 시작되자부터 외쳐댔었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 모르고 못했으면 원망이라도 덜한데, 알고서 그것도 매일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으면서도, 미처 확인하지 못해서 생길 불찰이라 화는 나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다. ㅠㅠ
아침 목욕을 다녀왔다. 설날 이틀 전이라서 그런지 월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복작복작했었다.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는 걸 보니 심기가 불편해졌다. 탕만 대충 몇번 들낙거리고, 어젯밤에 바른 바디로션 때문인지 밀어도 밀어도 미끈거리기만하고 나오지 않는 때에 신경질이 나 그냥 나와버렸다. 그래도 뜨거운 공기에 땀이 빠져서 그런지 찬바람에 온 몸이 시원해져서 좋았다. 점심먹고서 나른해지는 걸 보니 그래도 목욕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친구들끼리 책 읽는 모임(아직 이름이 없는 상태)을 마련했다. 주최자는 내가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모여 책을 이야기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걸 생각하니 뿌듯하다. 몇 십년 전만해도 친구들과 세상과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특별한 풍경이 아니었는데 우리들에게는 책 한권을 읽는 것조차도 모임을 마련해 숙제처럼 (일종의 의무로써) 그것을 행해야한다는게 안타깝다. 섭섭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주에 읽을 책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는 (친구에게 들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현재 절반을 조금 넘겨서 읽고 있는데, 내 호기심에 한껏 불을 지폈던 일상 속의 도덕적 딜레마들이 이 책을 빌미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 하하하. 재밌긴한데 조금 어려워서 지루한 면도 있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구석은 굉장히 많다. 한 챕터 읽고 생각하고, 쉬고, 졸고 를 몇 번 더 반복해야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천국의 나날들 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를 알게 된건, 친구와 함께 들렀던 헌 책방의 DVD코너에서 였다. DVD 코너는 꼭 살 목적으로 가지 않아도,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곳인데, 그 날도 늘과 같이 영화 제목을 구경하고, 내가 봤던 것들과 보지 않았던 것, 보고 싶었던 것 등등을 유심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천국의 나날들은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영화였는데, 비싼 가격에 결국 사지 못하고 나왔었다. 그런데 어제 영화 보면서 후회했었다. 사올껄!!
어떤 관계 속에서 나를 얼마만큼 보여줘야하는지, 얼마만큼 양보와 타협과 이해를 해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해는 끝도 없이 해주는게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말 끝도 없이 해주다 보면 결국 끝에 내가 그를 이해한다는 마음은 진솔하지 못한, 관계의 의무에서 비롯되는 껍데기식의 이해가 될꺼같아서 두렵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되는 일인데, 어떻게 한도 끝도 없는 이해가 가능할 수 있을까.
항상 관계 속에서 나는 언제나 받아주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내가 나 자신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나와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은 항상 자신이 남들로부터 받은 것에서보다 남들에게 준 것에 대한 기억이 더 강하고, 거기서 강렬한 마음을 얻기 때문에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한 오해인지 내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의 오해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말이 없어서, 이런 갈등이 비롯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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