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3일 목요일

김기영의 하녀

김기영의 '하녀' 속의 하녀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와도 같다. 순간 순간 일어나는 감정의 본능에 충실히, 너무도 충실히 실행에 옮기니 광기 어린 사람 같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광기 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우리의 본질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체에 거르지 않아 방금 잡은 듯 팔딱거리는 그녀의 감정들이 감추고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아버지는 같지만 자신의 아이는 안주인의 강요 아닌 강요로 사산되고 안주인의 아이는 멀쩡히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랑받고 있는 모습을 본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해, 그들이 한 눈 팔고 있는 사이 그들의 둘째아들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또 그녀는 집주인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자신의 친구에게도 서슴없이 칼을 드밀며 공격해댄다. 극에 치달은 그녀의 감정들은 분노와 질투를 넘나들며 헐떡거린다. 팔딱댄다. 마치 방금 배를 갈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날짐승의 오장육부를 보는 듯하다. 아마도 그녀가 하녀 속의 그녀가 아니었다면, 김기영이 만들어낸 팜므파탈적인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저런 감정을 그리고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일반적 이란 말로는 도저히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리 분노를 하고 질투를 느껴도 어느정도는 자기 감정의 체에 걸러 표현을 하기 나름인데 그녀는 숨기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어찌보면 너무나 순수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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