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에 나오는 미오와 타쿠미의 사랑에 흠뻑 빠지고 나서 현실의 사랑을 시작하려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힘이 들꺼같다. 말 한마디를 건네는것조차 부끄러웠던 고등학교때의 짝사랑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남편과 아이를 위해 '비의 계절' 동안만 아내가 잠깐 그들을 찾아온다. 사실 '비의 계절' 동안 찾아왔던 아내는 9년이라는 미래를 건너뛴 20살 아내의 꿈이었고, 그들은 그런 꿈같은 그녀를 맞이해 6주간의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말을 하지 못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짝사랑했다는 사실과 20살의 아내는 자신의 꿈을 통해 28살에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남자와 그녀의 꿈을 통해서 본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찾아간다는 이야기. 애절한 마음을 간직한채 간절히 기다리고 또 자신보다도 상대를 더 사랑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사랑이 실제로 저렇게 이상적일 수가 있을까 싶었다.
너무 익숙해져 참지 못하고 늘어놓았던 말들이 상대에겐 천둥과도 같은 상처가 되기도 하고, 처음에 반했던 그 모습들이 시간에 퇴색해져 미워보이기도 하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서로를 위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지 않기도 하고,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정도로 지치고 힘이 들어 이별을 고하기도 하고, 또 다른 제 3의 인물과 사랑에 빠져 그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 사랑이 아니던가. 현실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에 수긍하면서도 우리는 한편으론 이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나와 그가 이런 사랑을 현실에서 실현하기에는 현실은 너무나도 팍팍하고 애꿎은 장애물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극장에 들어가 이런 사랑이야기를 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신이 될 수 없는 인간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지상에서의 사랑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법. 너무 이상적인 사랑에 맹목했다가는 현실의 사랑의 티끌만한 장애물에도 사랑을 탓하게 되는데, 그런 그의 머릿 속엔 이상적인 사랑이 사랑의 표본으로 자리잡고 있어 그 어떠한 사랑의 달콤함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홀로 허공을 헤매이는 외로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상을 말하는 영화를 보는 건 현실의 불충분을 충족시키는 정도가 딱 좋은 거 같다. 더 이상도 이하도,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버거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를 보고난 후엔 <사과> 를 연이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꺼같다. ㅋㅋ
그런데 확실히 둘 중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가 더 아름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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