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5일 토요일

1.
미리 끊어놓았던 영화를 기다리면서 4명의 친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자리가 있었다, 어제. 사실 우리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실없는 농에 불과하고 진지한 토론이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끄덕거림같은 동조와, 자신이 아는 부분에 대해선 광적으로 달려들어 그만큼의 자신을 보여주려는 과시가 묘하게 섞여있다. 그런 어제의 우리들에게 가장 맞아떨어지는 주제는 역시나 정치였고, 그 중에서도 몇 일전에 있었던 지방선거였다. 한나라당이니 민주당이니 이명박이니 고 노무현 대통령이니 정치엔 관심도 없는 젊은이들이니 요즘 대학생들은 데모도 안하는 학생들이니 뭐니.. 사실, 정치라는 주제가 확답적이고 그리 단촐한 대답이 유도될 수 없는 주제라 생각하는 나는 흥분할 때는 그들과 함께 흥분하지만, 흥분되지 않는 그런 날엔 그저 그들의 말을 들으며 곱씹으며 정치보다는 그 말을 하는 그들 자체를 분석하기도 한다.


정치비판에 이제 입이 닳아 없어지려고 한다.





2.
버스를 타고 가다 그런 생각을 했다. 버스 안에서 했던 생각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이없고 쌩뚱맞지만..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게 나의 모습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거울 그 자체를 믿을 수 없기도 했지만, 사실 거울에 비친 나라는 자신을 더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 또한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하나이지 못했다. 100명의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100명의 내가 되고, 1000명의 사람들을 만나면 1000명의 내가 어지럽게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는 거울을 믿을 수 없기도 했고, 100명의 나를 하나의 나로 합일시킬 자신 또한 없었다. 나는 도대체 누군가.."






3.
특정 당을 싫어하긴 하지만, 앞 뒤 못 가릴정도로 전적으로 그들과 그들의 말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들아 하는 말들 중에서 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괜찮다 싶은 발언들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우는 아주아주 드물더라. 어쨋거나 그들의 말도 들어보면 일리가 있긴하다. 문제라면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나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문제이지. 쨋거나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편협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한다.

두 명의 후보를 두고 고민을 했다. 사실 둘 다 그리 탐탁치 않았기에 농담삼아 기권을 하더라도 투표는 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서슴치않고 하고 다녔었다. 그 정도로 구미가 조금이라도 당기는 쪽이 없었다. 고민에 빠진 나에게 아버지는 1번을 찍으라고 넌지시 말을 흘리셨다. 당신의 말에 의해면 당신의 진급승진에 1번후보의 영향이 지대하며, 혹시라도 2번후보가 당선되었을 경우 당신은 은퇴날까지 승진은 불가능할꺼라는 말이었다. 사실 말하자면 나는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아버지의 저 말은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나의 찡그린 얼굴 위로 아버지는 명예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연세에 대한 욕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기우뚱하게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이 느껴졌고 괜시리 나는 무언가 북받치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변해가야하고, 짊어져야하는 책임이 있으며 또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나 자신의 충만함보다는 타인이 보았을때 충만한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건 욕망이라기보다는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단촐한 욕심이며 또 살아가는 이유가 아닌가?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아직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의 잣대와 시선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것이 아닐까? 자신의 거울을 직시하여 보지 못하고 100명의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100개의 어지러운 자아들의 퍼즐을 맞추어 자신이 되지 못하는 하나의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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