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어제 다큐를 찍으면서 난생처음 카메라라는 것을 만져보았다. 딱 그 순간의 한 컷을 찍기 위한 카메라는 여러번 만져보았지만, 동작의 시간을 담는 카메라는 처음이었다. 카메라에 달려있는 조그마한 화면을 통해 바라본 세계는 경이로웠다. 마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작 카메라 한대일 뿐인데.. 아무리 실제를 있는 그대로 담는 다큐라 해도 카메라를 통해 재생산된 현실은 그게 현실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비스러웠다.
이창동 감독이 언젠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영화라는게 현실을 신비화시키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그 신비감을 벗겨내려 한다. 아직 배운 것 없는 초짜라 제대로 잘 알지 못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의 부스러기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꺼 같다.
이창동 감독과는 영화를 만드는 기본의 지향점이 다른 듯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Picnic 을 보았다. 이와이 슌지는 장면 하나 하나를 신비스럽게 만든다. 거친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정신병원의 환자라는 주인공과 왜곡과 과장이 뒤섞여 표현된 주인공이 죄의식을 느끼는 장면, 이 모든 것들이 영화를 신비롭게 만들고 있었다. 상상의 나래 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그의 솜씨는 그 영화와 주인공들이 정말 존재하는 세계이고 사람이라 믿고 싶을 정도로 진실되었고 수려하였다. 그가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과 반대로, 이창동 감독은 철저하게 현실 속의 인물과 그 인물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치열하게 만든다. 그의 영화에는 신비감보다는 현실에서만 알 수 있는 진실과 사실이 들어 있다. 나 또한 현실적인 영화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더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어, 현실적인 영화들을 추종한 적이 있었다.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부대끼고 살아가는 현실의 있는 그대로를 드라마틱한 사건들과 섞어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 쓸수록, 현실과 영화의 세계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도대체 현실과는 다른 영화의 세계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모호해졌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영화의 세계에서 주된 놀이가 되어야할 현실에 대한 경계가 사라지면서 재미는 사라지고 점점 진부해져갔다. 그런데 오늘 이와이 슌지의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내가 지향하는 영화의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진실된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고, 만들고 싶다. 그런데 도무지 진짜의 현실과 이창동 감독이 말하는 영화의 세계, 이와이 슌지가 그리고 있는 영화의 세계, 그리고 그들과는 다른 나만이 원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생각을 해야해.......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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