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0일 목요일
대한민국에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막론하고 학력이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구지 학력이 필요없는 분야에서까지 학력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좌지우지한다. 소위 말하는 서연고 출신과 이름도 모르는 지방 삼류대 그리고 전문대학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연고 출신은 무엇을 해도 대단해보이고 그에 반대로 삼류대 출신은 뭘해도 미덥고 그저그래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번 타블로의 학력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정도까지 사건이 붉어지게 된 까닭에는 세계 일류 대학 출신의 수재가 힙합이라는 음악을 한다 라는 배경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보냈다. 그런 사람이 만든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그런 대학을 나왔으면서 연예인을 한다는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무슨 생각일까 등등. 그가 스탠포드 출신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면서 뭇사람들의 질타도 받았지만 그보다도 많은 덕을 본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의 출세에 바탕이 되었던 일류대학 출신임을 완벽히 보여달라 요청하고 있고, 그에 대해 침묵하는 그를 보며 자신들이 기만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더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타블로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가수였다면 어땠을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써 음악으로만 승부를 봐야하는, 그러니까 학벌주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하는 나라였다면 애시당초 그가 자신을 일류대 출신의 딴따라라 칭하며 출세할 수 있었을까? 숱한 공인들이 눈 가리기 아웅 식의 학력 위조 문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긴 했으나, 이번 타블로 사건은 신정아 학력위조 이후로 가장 떠들썩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어찌보면 그들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능력과 학력의 상관관계가 학력 위조를 할 정도로 밀접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간혹 자신이 전문대 출신임을 꺼려해 교묘하게 대학 이름을 속인다던가 혹은 아예 다른 출신이라 말을 하는 바람에 창피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또한 상대에 대한 평가에서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질문이 바로 어디 출신이냐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만연화된 학력 위주 사회 속에서 학력이 사람과 능력을 판단하는데 중요하다는 인식을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인식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류대 출신은 능력이 좋을꺼야, 삼류대 출신은 좀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타파하지 못한 선입견으로 타인을 판단하는걸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일류대에 대한 열망은 커지고, 그렇게 다음 세대를 향한 입시부담과 무한경쟁은 심화된다. 결국 우리들이 선입견을 바꾸지 않는 한 미래는 바뀔 수 없다. 우리는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에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단지 그들이 그것으로부터 부와 명예를 얻었으며 또 공식화된 인정으로 많은 대중들을 기만했다고. 맞는 말이다. 그들은 예상치 못했던 대단한 학력을 앞세운 덕분에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일방적으로 질타하고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된다. 그들 또한 학력 위주의 이 사회의 희생양이고 우리와 다를게 없는, 뭘해도 학력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력이 조금 좋고 나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는 그 선입견부터가 문제이다. 이번 기회로 학력과 그 사람이 몸 담고 있는 분야의 능력에 대한 상관관계와, 우리가 만연하게 생각하는 출신의 환상에 대한 편견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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