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결국 날려버렸구나 라는 허무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처럼만에 한자리에서 책 한권을 뚝딱 해치웠다. 그리고 1차 수정 된 단편영화 시나리오 프린터도 했고. 블로그에 오늘 읽은 책이랑 어제 본 영화 <경계도시 2>에 대한 글만 쓰고 시나리오 보완 들어가야겠다.
현대소설을 읽다보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이라기보다는 바쁜 일상 속의 휴식같은 환상적이고 화려한 느낌이 많이 느껴진다. 모든 현대소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런 실망감을 한번 느끼고 나니 현대소설을 읽는다는 자체가 괜히 가볍게 느껴져서 근래엔 잘 찾지 않고 있었다. (몇 명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날씨가 축축하니 후텁지근해서 그런지 가벼우면서 산뜻한, 그러면서도 충격의 신선함이 있는 글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충 제목 보고 고른 것이 '판타스틱 개미지옥'. 다 읽는데 한 서너시간쯤 걸린거 같다. 책 읽는 속도가 더딘 나로써는 굉장한 기록이다. 그래. 현대소설 가볍다. 그런데 소재가 가볍다거나 현 시대를 마주보는 눈이 가볍다기보다는 고전에 비해 접근이 가볍다. 그리고 친근하다. 그리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어 온 한국현대소설을 통칭하자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겐 이상한 낯섦이 있다. 바쁘게 살아가기에 돌아보지 못했던 아주 가까운 나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 읽을 수록 자연스레 몰입된다. 오늘의 '판타스틱 개미지옥' 도 그러하였다. 나 또한 백화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백화점이 얼마나 지독한 자본력으로 움직이는지, 겉은 화려하지만 직원들을 위한 공간들은 어둡고, 그들의 말은 또 얼마나 거칠며, 짙은 담배냄새를 뿜고 다니며, 백화점 속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비인격적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과 나의 경험은 백화점의 모습이 단순한 백화점의 모습이 아닌, 자본주의인 현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하였다. 무언가를 살 수 있는 사람만이 사람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는 곳, 브랜드 하나에 나의 존재가치도 바뀔 수 있다는 그 우쭐함, 아주 비싼 물건을 사면서도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자기암시와 환상, 모든 현실의 걱정과 고민이 해결된 듯한 해소감. 이 모든 것들은 백화점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백화점 안에만 있으면 자신의 척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온 듯한 기분이 느껴졌고, 사람들은 기분에 취해 소비를 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곤 한다. 이건 결코 백화점 안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의 사람들 또한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이 비어감을 느끼고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막무가내 소비를 하고, 그 소비를 메꾸기 위해 돈을 벌고, 또 소비를 하고, 이런 식의 메커니즘을 벗어나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을 맺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두 진짜의 자신들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그리고 이 시대의 우리들도.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사는 모습, 사는 것 등을 따라하고, 겉으로만 보이기에 화려하고 완벽한 것을 쫓아가는 것이 최고라 생각한다. 슬프고도 안타깝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단순한 재미로 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읽고 현 시대와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진정 찾아야 할 무언가를 찾아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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